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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 - 넷플릭스 실화 바탕 범죄 드라마 소개

by 푸른점하나 2024. 10. 8.

넷플릭스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는 라이언 머피가 제작한 "괴물" 시리즈의 시즌 2에 해당하는 시리즈입니다. 시즌1은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를 다룬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였습니다.

 

2024.10.08 - [분류 전체보기] -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 - 넷플릭스 연쇄 살인 범죄 드라마 소개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시즌2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는 1989년 부유한 지역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캘리포니아의 베벌리힐스의 고급주택가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다룹니다. 일견 돈 많은 부잣집안의 막돼먹은 아들들이 자기 부모를 살해한 사건으로만 보이는 이 이야기에는 가정 내 학대와 권력관계, 아동시절의 트라우마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습니다.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 - 라일 메넨데즈와 에릭 메넨데즈

 

줄거리

1989년 어느날, 에릭과 라일 메넨데즈 형제가 부모인 호세와 키티 메넨데즈를 살해한 후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처음엔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서 부모님을 죽였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엔 둘이 저지른 범죄임이 밝혀지게 됩니다. 하지만 범행의 원인이 형제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받았던 학대가 사건의 동기라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집니다.

메넨데즈 형제의 증언에 따르면 아버지 호세는 매우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아들들에게 정서적, 물리적, 성적 학대까지 저질렀습니다. 어머니 키티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녀들을 향한 남편의 폭력 무력하게 방관하고 심지어 자녀들을 책망했다고 합니다. 결국 두 형제는 계속된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냉담함 속에서 위협을 느끼고, 부모를 죽였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법원은 메넨데즈 형제의 이야기를 받아들였을까요?

 

니콜라스 차베즈, 클로이 세비니, 하비에르 바르뎀, 쿠퍼 코치

연출

이 시리즈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천천히 드러나게 연출되어 극의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형제들의 범행부터 경찰에 잡히기까지의 과정, 재판 준비, 그리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공방들이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처음에는 그저 "어떤 나쁜 놈들이 부모를 죽였나"이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부모의 학대와 방관이 밝혀지면서 이 형제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이끌어내고, 매회마다 조금씩 새로운 단서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캐스팅

  • 에릭 메넨데즈: 쿠퍼 코치(Cooper Koch) - 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학대당한 동생으로서의 무력함과 죄책감, 그리고 분노를 섬세하게 연기해냅니다. 특히 5화는 약 33분의 에피소드 전체가 원테이크로 진행되는데,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그의 연기는 압권입니다.
  • 라일 메넨데즈: 니콜라스 차베즈(Nicholas Chavez) - 동생을 보호하려는 형이면서 본인도 학대의 피해자인 복합적인 심리를 훌륭하게 연기했습니다. 형이지만 그 역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보여줍니다.
  • 호세 메넨데즈: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 - 형제의 아버지. 이민자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지만, 가정에서는 아들들을 학대하는 폭군입니다. 그의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 줍니다.
  • 키티 메넨데즈: 클로이 세비니(Chloë Sevigny) - 형제의 어머니. 우울증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로 남편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한 무기력함과 아들들에게 갖는 복잡한 감정을 잘 전달합니다.

메시지

이 작품은 범죄드라마이지만 가장 큰 주제는 바로 ‘가정 내 학대’입니다. 메넨데즈 형제는 아버지 호세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증언합니다. 하지만 범행이 발생한 1989년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1990년대는 아직 아동학대의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고, 심지어 남성은 성폭력을 당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관객들은 "학대 피해자가 저지른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2024년의 우리에게도 어려운 질문이지만, 드라마 속 법정에 있는 배심원들에게도 어려운 결정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 고민을 던져주고, 답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마무리

자녀가 부모를 죽이는 사건들은 충격적이고 잔인하지만 간혹 발생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건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벌인 범죄로 밝혀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동정심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가족 간의 끔찍한 비밀과 학대가 두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마도 우리 중 대다수는 메넨데즈 형제가 겪은 정도의 트라우마틱한 경험은 아니더라도 성장하는 동안 가정에서 부모와 갈등을 겪으며 복잡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메넨데즈 형제는 지금도 미국에서 논란의 대상입니다. 이들이 정말 불쌍한 피해자인가, 아니면 그저 돈과 권력에 눈이 먼 범죄자인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 작품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메넨데즈 형제 사건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젊은 세대들 주도로 형제가 받은 형이 과하다며 재심을 해야 한다는 캠페인이 틱톡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시대의 편협함으로 인해 아동학대피해자, 남성성폭력피해자로서 입장을 무시당했던 메넨데즈 형제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처벌기준에 반영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범죄자들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으로서 이 드라마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